메이저검증 2580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로 노동자 855명이 숨졌다고 집계됐다. 2018년 971명에서 116명(11.9%) 줄어든 것이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를 뜻하는 사망만인율도 1년 새 0.51에서 0.45~0.46으로 하락했다. 1999년 1456명으로 잡힌 정부의 산재사망 통계가 시작된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사고사망자가 800명대로, 사망만인율이 0.5 이하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사망사고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에서 11.8% 줄고, 공공사업장 감소율은 30%에 달했다. 흔히 ‘죽음의 행렬’로 표현되고 ‘OECD 1위’ 멍에를 쓰고 있는 산재 궤적에 큰 변곡점을 찍었다고 볼 만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짱깨’(중국인 비하 표현), ‘중국인은 바이러스’ 등 자극적인 중국인 혐오 표현이 번지고 있다. 길을 가던 중국인에게 “꺼져라”고 소리치고 ‘중국인 출입금지’를 내건 식당도 등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전부 송환해야 한다”는 등 야당 의원들의 거친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 혐오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합격과 관련한 논란, 프로농구 귀화선수 라건아가 공개한 일부 누리꾼들의 “검둥이” “네 나라로 돌아가” 등 인종차별적 표현에 이르면 아연실색할 정도다.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걸맞지 않게 지체돼 있다. 반복되는 ‘인권후진국’ 지적을 이젠 개선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의문을 낳는다. 이번 판시대로라면 인사의 기준·원칙은 뭐하러 있으며,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무원칙한 인사, 부당한 밀실인사의 처벌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게 된다. 서 검사는 “(성추행)피해자에 대한 유례없는 인사발령을 한 인사보복이 ‘재량’이라니”라고 비판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 중인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사건에 미칠 영향 또한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90분간의 회견은 지난해 11월 대화의 폭과 깊이에 갈증을 남긴 ‘국민과의 대화’보다 진일보한 소통이었다. 기자들이 국민적 관심사를 추렸고, 대통령도 각본 없이 때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비친 자리였다. 내용적으로는, 참신한 국정동력이나 비전 제시보다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답이 많았다. 4월 총선이라는 큰 변곡점이 있는 ‘집권 4년차’ 회견의 특징이 도드라졌다.


3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362명으로 집계돼 2003년 사스 때의 사망자 수(349명)를 넘어섰다. 확진자는 2만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국 내 사망자가 하루 50명, 확진자가 2000명꼴로 늘면서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양상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향후 10~14일에 신종 코로나 확산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종료 시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제 개혁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당이 좀 더 대승적 견지에서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 유불리만을 따지지 말고 ‘민심 그대로’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을 추진했던 초심을 벼려야 한다. 막상 선거법 처리 목전에 와서 대의와 원칙을 저버리고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은 목불인견이다. 한국당이 “선거법이 누더기를 넘어 걸레가 되고 있다”고 힐난하는 것을 뒷받침할 뿐이다. 민주당은 당장 선거에서 일부 손해를 볼지라도 석패율제에 대해 애초 합의정신에 입각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선거제와 검찰 개혁의 물줄기를 흩트리지 않고 이어갈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 파문을 빚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제재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는 대북 제재하에서도 관광은 허용되지만, 방북 관광객이 반입하는 짐에 포함된 물건 일부가 제재에 어긋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방북루트에 대해서도 “관광객들이 DMZ(비무장지대)를 지날 것인가. 이는 유엔군 사령부와 관련이 있다. 어떻게 돌아올 것이냐”라고 했다고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주재국의 주권 침해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해리스 대사 발언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을 필두로 중도세력을 표방한 야권의 재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탈당 의원 8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보수당이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유 의원은 “개혁보수의 가치를 지킬 사람이 오늘 여기에 다 모였다. 죽더라도 이 길을 가자”고 했다. 또 해외에 머물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설을 전후해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한다. 야권 정당·세력들이 혁신을 통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개혁보다 선거용 급조 정당의 조짐이 보여 실망스럽다.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하여 감찰이 중단됐다”며 “범죄는 소명된다”고 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해 제기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사실을 알고도 청와대 감찰을 중단시켰고, 금융위원회의 별도 진상조사 없이 사표 처리를 요구했다’는 혐의의 상당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권 부장판사는 “그 결과 법치주의를 후퇴시켰고,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며 “죄질이 나쁘다”고까지 했다. 영장기각이 조 전 장관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모여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제2 국무회의’가 제도화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의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협력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국무총리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공동부의장을 맡고 17개 시·도지사 전원이 참여한다.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행안부 장관 등 주요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협의체 회장들도 정식 구성원이 된다. 대통령과 지방의 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마련된 건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입’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권에 이어 9년간 언론을 장악했다. 당시 KBS, MBC 등 공영·공공 매체들이 정권의 무능과 비리에 눈감았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당시 KBS 측이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했던 것이 그 같은 점을 말해준다. 대법원 판결은 이와 같은 권력의 부당한 언론 장악과 통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3국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표적공습해 살해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초읽기로 접어들며 중동 정세가 혼미 상태다.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다짐한 데 이어 핵합의(JCPOA)를 사실상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의 핵확산 금지체제까지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로 대중동 정책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 미국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조차 미국의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한 것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에 얼마나 해악을 미쳐왔는지 미국은 자성해야 한다. 유엔과 국제사회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


원전은 안전성도, 경제성도 확보할 수 없는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청은 2022~2025년쯤에는 핵발전이 액화천연가스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원전 산업을 이끌던 미국·프랑스가 사업을 접었다.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파산했다. 더 이상 과거의 에너지사업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필요가 없다. 월성 1호기의 폐쇄를 탈원전으로 가기 위한 가속페달로 삼아야 한다. 태양광이나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폐로 시장’으로 토토프로토 눈을 돌려야 한다. 탈원전이 신산업으로 나아가는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은 법정으로 넘겨졌다. 청와대 수사 관련자 대다수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반대로 검찰은 법무부의 중요 사안 외부자문단 협의 권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증거가 충분하다’며 기소를 강행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예고한 것이다. 대면조사 없이 최강욱 비서관과 황운하 전 청장을 기소하는 게 맞는지 다툰 검찰 내홍도 그대로 법정으로 옮겨질 판이다. 뒤엉킨 ‘편싸움’ 속에서 시민들은 진실이 궁금할 뿐이다. 이제 사법적 판단으로 시시비비를 준엄히 가릴 때가 됐다.


후안무치(厚顔無恥)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1인당 20만원짜리 고급 코스요리 점심을 한 사실이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고발로 드러났다. 이날은 군사반란 발생 40년이 되는 날이다. 전씨는 1979년 반란의 수괴였고, 동석자 중 당시 정호용 육군 50사단장, 최세창 3공수여단장 등은 가담자들이다. 이들은 또 ‘5·17 군사 쿠데타’의 주역들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는 무고한 시민 500여명을 학살한 신군부의 핵심 세력이다. 그러나 전씨 등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날만이라도 자숙하고 사죄하는 것이 국민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샥스핀 등 고가 요리를 시켜놓고 와인으로 내란 40주년을 자축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망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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